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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리뷰

by 생각하는 어떤사람 2025.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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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많은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병원 이름 ‘율제병원’이 다시 텔레비전 화면 속으로 돌아왔다. 다만 이번에는 교수들의 관점이 아니라, 의사의 길에 이제 막 발을 들인 전공의들의 눈을 통해 이야기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다. tvN 토일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이름부터 '슬기로운 의사생활' 의 스핀오프임을 암시하지만, 단순한 연장선이나 반복이 아닌 새로운 색깔과 서사를 지닌 독립적인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병원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전문성을 과시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군분투, 감정, 유대에 집중한다. '슬기롭게' 되기를 꿈꾸지만 아직 서툴고 불안정한 청춘들. 그들의 시행착오와 성장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나 자신이 처음 사회에 나섰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줄거리

이번 드라마의 중심 무대는 율제병원 산부인과다. 생명을 다루는 의학 드라마들 가운데서도, 산부인과는 생명의 시작과 마주하는 부서로서 늘 특별한 감정을 동반한다. 기적처럼 태어나는 아이들, 그러나 그 뒤편에는 고통스러운 결정과 긴박한 상황이 도사리고 있다. 이 작품은 산부인과 전공의들이 이 격동의 공간 속에서 매일 어떤 감정으로 하루를 버텨내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특히 산부인과는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 사회적 시선, 의료진 간의 역할 갈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는 부서다. 출산과 낙태, 고위험 임신, 응급 수술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드라마는 이를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인간적인 시선으로 포착한다. 그 덕에 시청자는 전공의들이 마주한 현실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등장인물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의 주요 캐릭터들은 모두 새로운 얼굴들로 구성된 신입 전공의들이다. 고윤정(오이영), 신시아(표남경), 강유석(엄재일), 한예지(김사비)는 아직 실력보다는 열정이 앞서는 인물들로 등장하며, 각자의 고민과 성격, 과거를 지닌 채 율제병원에서 함께 성장해간다.

이 드라마의 힘은 바로 이 '초보'들의 불안정함과 생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데 있다. 실수 앞에서 주저하고, 환자의 죽음을 처음 경험하며 무너지고, 때로는 희망을 놓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보던 '완성형 의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들의 긴장, 초조, 좌절, 그리고 소소한 성취는 진짜 병원 안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법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분석

제목에 쓰인 '슬기로운'이란 단어는 역설적으로 이 드라마 속 인물들이 아직 도달하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그들은 아직 서툴고 실수도 많다. 누군가의 삶을 책임지는 위치에 서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매일의 반복되는 당직과 쏟아지는 의무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지는 과정 자체가 '슬기롭게'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제목은 어쩌면 다짐이자 희망처럼 읽힌다.

제목의 ‘언젠가는’은 그 희망이 아직 현재는 아니라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괜찮아질 거야”라는 위로를 건넨다. 이는 단순히 의학 드라마를 넘어, 우리 모두의 성장 서사로 확장된다.

본 작품은 ‘슬기로운’ 시리즈의 원조 제작진인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하고, 새로운 연출자 이민수 감독과 신예 작가 김송희가 메인 제작을 맡았다. 기존 시리즈의 따뜻한 감성과 인간 중심의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전공의 파업이나 의료 환경에 대한 현실적 문제를 비껴가지 않는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제작이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의료계를 둘러싼 긴장감과 변화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의료진의 노동 환경과 윤리적인 고민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의료라는 직업을 '헌신'이나 '사명감'만으로 미화하지 않고, 한 인간이 겪는 노동과 감정의 영역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신선하고도 설득력 있다.

 

특별출연

시청자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은 바로 '슬기로운 의사생활' 의 주역들이 특별 출연 형식으로 드라마 곳곳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유연석, 정경호, 안은진 등 이전 시리즈에서 큰 사랑을 받은 캐릭터들이 후배들을 격려하거나 잠시 스치는 장면은, 마치 익숙한 병원에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느낌을 준다. 이런 연출은 팬들에게는 보너스 같은 선물이며, 신구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연결 고리로 작용한다.

 

결말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은 단순히 병원을 무대로 한 드라마를 넘어서,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성장과 고군분투를 그린 이야기다. 의학이라는 전문 영역 속에서도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사실을, 드라마는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일깨워준다.

그들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서로를 의지하며 버티는 중이다. 그 모습은 바로 어제의 우리이자, 오늘의 우리이며, 내일 언젠가는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 하는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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